<대학, 미래를 밝힌다>산업현장 현안 다루는 ‘IC-PBL’ 강의… 기업서 통하는 인재 키운다

(사진: 경기 안산시 한양대 ERICA캠퍼스에서 전상길 경영학부 교수가 ‘산업밀착형 문제해결방식(IC-PBL)’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한양대 제공)

한양대가 주입식 교육을 넘어선 ‘산업 밀착형(IC·Industry Coupled) 문제해결방식 수업(PBL)’ 분야를 주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사회나 기업 현장의 문제를 직접 수업 과정에서 함께 해결해 가는 수업 방식이다. IC-PBL은 김우승 한양대 총장이 부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7년 국내 대학 최초로 도입한 방식인데, 유네스코 PBL센터에 등재될 만큼 대내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은 창의력·소통능력·문제해결능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역량을 키우게 된다. 한양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되는 대로 이번 학기부터 학부뿐만 아니라 석·박사 과정에도 IC-PBL 방식을 순차 적용해 대학원생들이 보다 우수한 연구논문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IC-PBL 수업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취업 현장에서 유리한 경험치를 높일 수 있게 된다.

18일 한양대에 따르면 올해로 IC-PBL 수업 진행 4년 차에 들어가는 전상길 한양대 ERICA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는 전국 대학·대학원 PBL 최우수상을 받는 등 학내외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닌 우수 인재를 양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업이 롯데다.

롯데그룹은 올해 롯데장학재단 후원으로 이달 말부터 9개월간 유통과 물류에 관심이 있는 우수청년 1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체험 학습을 통해 유통·물류 관련 이론을 익히고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외연수를 보내는 ‘롯데유통 드림 메이커스’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는 전 교수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한양대에서 IC-PBL 기반 수업을 진행한 교수들로부터 우수학생을 추천받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엄격한 내부 심사를 통해 추천받은 학생 중 20명을 최종 선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계획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롯데유통 BG(호텔·백화점·마트·면세점·슈퍼마켓·편의점 등) 입사 지원 시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된다. 전 교수는 “이미 산업 현장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IC-PBL 기반 교육의 우수성과 산업에 미치는 효과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이직률이 높은 신입사원의 회사 적응력을 높이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 수업도 일선 현장을 바꿔가는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병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난 학기에 ‘헬스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통해 고령층 환자의 지역사회 복귀와 정착을 돕는 방안을 모색했다.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공유하고 나아가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는 소통법이다. 이 교수는 ‘안산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과 손잡고 수업을 진행했다. 의료사협은 보건·의료와 관련된 생활상의 문제를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협력해 해결하고자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학생들은 먼저 이 교수로부터 헬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초적이고 필수적인 내용을 배웠다. 이어 5∼6명씩 총 7개 팀을 구성해 의료사협이 제시한 ‘저소득·취약계층을 위한 돌봄모델 확대’의 과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고자 문제점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분석 결과 학생들은 돌봄모델 확대를 위해 △지역사회 소모임 활성화 △대학생 봉사인력 확대 △경제적 자립을 위해 재교육 실시 △소일거리를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각자 판단했고 솔루션을 찾았다.

학기가 끝난 후 의료사협과 이 교수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팀은 ‘돌봄가족 인식 개선 캠페인-새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재적소팀이었다. 해당 팀은 장기간에 걸쳐 아픈 가족을 돌보는 부양자들이 경제적·신체적·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나아가 자아정체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집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안했다. 이들은 현재 노인을 돌보는 가족을 칭하는 사회적 명칭이 없다는 점에 착안, ‘가족돌보미’라는 명칭을 쓸 것을 제안했다.

또 △해당 단어 사전에 등록 △퍼블리시티 규정 및 배포 △브랜딩 영상 제작 △안산지역 스포츠팀과의 협업 등을 통해 가족돌보미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했고 이를 새나 프로젝트(‘새로운 나’ ‘새처럼 난다’는 의미)라 명명했다. 수업이 완료된 후 의료사협은 1등으로 선정된 해당 팀의 제안을 받아들여 관련 사업 추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수업에 참여했던 안성원 학생은 “수업을 통해 내가 속한 지역사회의 건강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으며, 강의실에서 배운 이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료사협 측에서 이번 수업의 성과에 만족해 학교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앞으로도 의료사협과 지속적인 IC-PBL 수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2020년 3월 18일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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